젊은 시절 3년 동안 군대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들은 소리가 있습니다. “제군들은 돼지들이다. 돼지를 먹이는 것은 때가 되면 잡아먹고 잔치에 쓰려는 목적 때문이다. 국민과 부모님들의 세금으로 제군들은 3년 동안 먹고 입고 자면서 훈련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때가 되면 제군들은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하필이면 삼년동안이었군요.

엘리야의 사명은 삼년동안 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는 기적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자였습니다. 하나님은 그래서 엘리야를 숨기시고 까마귀를 동원하여 먹이시고 사르밧 과부에게 보내어 삼년 동안의 가뭄에서 살게 하신 것입니다. 열왕기 18장에 들어가자 드디어 하나님의 출동명령이 엘리야에게 떨어집니다. “아합에게 보이라. 내가 비를 지면에 내리리라.” 삼년의 모진 가뭄이 끝나고 단비가 내리느냐 마느냐가 엘리야의 행동에 달렸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함께 등장하는 궁내대신 오바댜와 이스라엘 백성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궁내대신 오바댜는 여호와를 경외하는 사람이며 이세벨이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멸할 때 여호와의 선지자 100 명을 굴에 숨기고 떡과 물을 먹이며 살려내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목숨을 건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오바댜가 엘리야를 만나 엘리야가 오바댜에게 아합에게 전갈을 하라고 하자 나를 죽게 하려고 그러시느냐고 펄쩍 뜁니다. 정작 나서야 할 때 두려움으로 인하여 나서지 못 하는 모습입니다. 엘리야가 자신이 아합에게 보이겠다고 하나님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자 비로소 마지못해 아합에게 가서 고합니다.

아합이 엘리야에게 달려와 “이스라엘을 괴롭게 하는 자여 너냐?”라고 일갈하자 엘리야는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을 좇았다.”고 말하고 ‘바알 선지자 450인과 아세라 선지자 400인을 불러오라, 대결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엘리야는 백성들에게 갈멜산으로 나아오라 합니다. 백성들에게 여호와와 바알 사이에서 언제까지나 머뭇머뭇하려느냐고 질책합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한 마디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부답, 마지못해 수동적으로 이끌려옵니다. 인간이란 이렇게 연약하고 비겁한가 봅니다.

사실 삼년가뭄에 고통 받는 것은 악한 아합왕과 이세벨이 아닙니다. 그들은 궁중에서 잘 먹고 잘 삽니다. 정작 고통 받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삼년가뭄 징벌은 악한 아합과 이세벨에게보다 머뭇거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려진 것이라 할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머뭇거리며 입을 다물고 있는 궁내대신 오바댜와 비겁한 백성들 때문에 아합과 이세벨의 폭정과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진멸하는 악행이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다시 말한다면 입 다물고 머뭇머뭇하는 그들이 바로 방관자요 공범자요 폭정과 악행의 바탕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가진 채 입 다물고 머뭇거린다면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세상은 어두워가고 악은 횡행하며 비리와 악행이 난무하나 입을 열어 진리를 외치고 공의를 말하는 자는 적습니다. 자신의 안일을 위하여 입 다물고 죽어가는 영혼을 바라보면서도 복음의 입을 열지 않는 오바댜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말씀을 맡은 엘리야도 없고 백성도 없는 갈멜산에는 오늘도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이 춤을 추고 진노의 태양이 쨍쨍하고 대지를 시원하게 적실 비는 내릴 낌새조차 없습니다. 모두들 머뭇머뭇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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