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이응환
 
산자락을 태우던 단풍이 꺼지고
갈색 이파리들이 타다만 재처럼
패잔병처럼 나뒹군다

이렇게 떠나야 하는가고
늙어버린 억새들이 흰머리를 흔들며 수군댄다

우리 청춘 간밤에 어디로 가버렸냐고
페이브먼트 위에 나뒹구는 이파리들
궁시렁거린다

가을이 황금색?
아니다, 똥색, 똥색이란다
가로수에 매달린 이파리들이
날 보고 까르르 웃는다
지나온 길바닥에 내 청춘이 떨어졌단다
주워가란다, 놀린다

무심한 흰 구름은 저 혼자 달아나고
코스모스는 하늘을 향해 가녀린 손을 내젓는다

어디로 가는 거냐고
다들 떠나느라고 분주하다
눈 내리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도 못 하면서

그대여,
찬 서리 내리고 두려운 어두움이 깔릴지라도
그대는 슬퍼하지 말지니 방황하지 말고 오라,
내가 두 팔 벌리고 기다리고 있나니
...
갈 곳이 있다는 것,
날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
이보다 더 축복 있으리요 


별똥별의 "가을노래" 패러디임 


 
별빛 세레나데(피아노)

 
It's Supper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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