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와 역대기는 유대인들의 바벨론포로생활이 끝날 무렵에 기록된 것으로 보입니다. 열왕기 끝에는 포로로 잡혀가 37년 동안 옥에 갇혀있던 여호야긴 왕이 풀려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고, 역대기 끝에는 바사왕 고레스가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허락하는 장면까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열왕기를 기록하던 저자(들)의 심정이 어떠하였을까요?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대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 종살이생활로부터 건져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시고 솔로몬에 이르러 찬란한 번성과 부귀영화를 허락하시기까지 하였으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고 패역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당하였다는 뼈아픈 역사 속에 교차하는 온갖 후회와 감회가 열왕기와 역대기를 기록하던 그들의 가슴 속에 가득하였을 것입니다.

열왕기 저자는 3장 1절부터 솔로몬이 저지른 불순종과 패역의 출발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솔로몬이 애굽왕 바로의 딸을 데려와 아내로 삼은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왕이면서,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입은 왕이지만 이스라엘에 수많은 이방여인들과 우상들을 도입한 장본인입니다. 하나님이 부어주신 지혜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우상숭배로 이스라엘을 타락케 하고 남북왕조로 갈라지게 만든 단초를 제공한 왕입니다. 에스라와 느헤미야를 읽어보면 포로생활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은 솔로몬의 이방여인과의 혼인이 이스라엘의 패망의 원인이었다 하여 이방여인 아내와 자식들까지 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솔로몬의 손에 나라가 든든하게 서게 하시고 산당에서 드린 삼천번제를 받으시고 솔로몬의 기도를 들으셨습니다. 솔로몬이 왕으로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고 재판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자 그 기도를 기뻐하시고 지혜 뿐 아니라 부귀영화까지 더 하여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도 세상 사람들은 인류역사상 솔로몬보다 더 지혜로운 왕, 솔로몬보다 더 부귀영화를 누린 왕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열왕기 3장을 보면 솔로몬이 삼천번제를 드린 때는 솔로몬이 벌써 바로의 딸을 데리고 온 다음입니다. 벌써 싹수가 노랗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지혜에다 그 엄청난 부귀영화까지 허락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이 이방여인과 우상을 끌어들여 이스라엘을 우상숭배의 길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그렇게 하셨을까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이미 다 보시고 다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바로의 딸을 아내로 데려온 솔로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부귀영화까지 더 하여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잘 다스리고 재판할 수 있도록 지혜를 구한 것이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다고 부귀영화까지 주셨습니다. 도대체 하나님께서는 어째서 그런 솔로몬에게 그렇게나 은혜를 베푸신 것일까요?

1.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완전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이 부족하고 불순종하여도 복을 주시고 영광을 허락하셨습니다. 만일 하나님이 완전하신 그 분의 위치에서 우리를 대하셨다면, 우리에게 완벽을 요구하셨다면 우리는 아무도 하나님을 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하나님도 마치 불완전하신 것처럼 눈높이를 낮추고 내려오셔서 우리를 대하십니다. 부족한 우리의 잘못 된 삶, 잘못된 기도를 탓하지 않으시고 들어주시며 함께 하시며 동행해 주십니다. 이것이 임마누엘 하나님입니다.

2. 그러므로 기도는 완전한 자만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솔로몬이 타락의 원흉이 될 것을 아시고도 기도를 들어주셨다면 우리도 실수하고 넘어지고 잘못 구할지라도 하나님은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주님께서는 낮은 자, 천한 자, 심지어 자신을 대적하고 십자가에 못 박을 자들까지도 불쌍히 여기시고 고쳐주시고 위하여 피 흘리시며 기도하셨습니다.

3. 하나님은 후회가 없으신 분입니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찬란한 부귀영화를 허락하신 것이 실수였을까요? 솔로몬이 그렇게 될 줄 모르시고 부어주신 것일까요? 아닙니다. 하나님은 실수가 없으시며 후회도 없으신 분이십니다. 비록 이스라엘이 멸망의 길을 갔다 할지라도 솔로몬에게 베푸신 은혜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베푸신 사랑이었고 이를 통하여 하나님은 영광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하나님은 그 섭리와 구원계획을 이루어 가셨습니다.

4. 무엇보다도 그것은 솔로몬을 통하여 보여주신 하늘나라의 예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부어주신 것은 그 날이 오면 우리에게 허락하실 천국,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 우리에게 씌워질 면류관, 영원한 생명과 영광의 예표입니다. 하나님은 솔로몬보다 더욱 큰 영광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천국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 우리가 완전하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입니까?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죄인이고 우리는 부족하지만 주님의 공로로 값없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을 통하여 그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망쳐먹은 솔로몬을 너무 욕하지 마세요. 그게 바로 천국에서의 우리 모습 아닐까요?
자격도 공로도 없는...
.

'이응한 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솔로몬 재판 횡설수설  (0) 2013.02.17
나 철든 다음에야 알았네...  (0) 2013.02.05
만추(晩秋)  (4) 2012.10.18
인구조사가 무슨 큰 죄라고...  (0) 2012.10.08
다윗의 통곡을 들으며  (0) 2012.09.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