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20장]

‘내탕고(內帑庫)’란 조선시대 임금의 재산을 보관하던 창고를 가리킵니다. 태조 이성계가 원래 함경도 땅을 3분의 1이나 소유한 부호였는데 이 재산이 조선왕실의 대를 이어 내려왔고 이를 관리하는 ‘내수사’라는 관직도 두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성경이 히스기야가 바벨론 사자에게 열어 보여준 궁전과 여호와성전의 보물창고를 ‘내탕고’로 번역했군요.

오늘 말씀을 보니 멀리 바벨론왕 부로닥 발라단이 편지와 예물을 히스기야 왕에게 보내오고 히스기야는 그 사자의 말을 듣고 내탕고를 열어 몽땅 보여주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히스기야는 왜 내탕고를 몽땅 보여주었을까요? 앗수르 왕 산헤립의 협박편지를 하나님의 전에 펴놓고 울며 기도하던 히스기야에게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바벨론왕의 편지와 예물이 그토록 고맙고 감격스러워서 그랬을까요? 자신의 지위와 부를 자랑하고 싶어서 그랬을까요?

아무튼 우리는 성경의 이 대목을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선 내탕고를 다 보여준 것이 왜 그렇게 큰 문제가 되며 하나님 앞에 범죄가 되는지, 그것이 그렇게 큰 죄라면 하나님은 왜 미리 경고하시거나 막지 않으시고 일이 다 벌어진 다음에야 이사야 선지자를 보내서 심판의 말씀을 하셨는지, 왜 히스기야는 그 말씀을 듣고 ‘여호와의 말씀이 선하니이다.’ 하고 엎드렸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이사야 39장에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대하 32장은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히스기야와 예루살렘 거민이 교만의 죄를 뉘우쳤다고 간단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하, 그것이 교만의 죄였다는군요.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히 교만의 죄로만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군요.

내탕고를 열어 보인 죄, 이것을 에덴동산 선악과 사건과 함께 생각해 봅시다.
내탕고가 무엇입니까?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넣어둔 창고입니다.
당신의 내탕고에는 지금 무엇이 들어있습니까? 금덩어리? 현찰? 통장? 부동산등기권리증?
아니지요. 당신의 내탕고,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는 주님이 계시지요.
세상의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한 생명의 말씀과 믿음이 들어 있지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히스기야의 내탕고사건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그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히스기야는 사자의 말을 듣고 내탕고를 열어 보여 주었습니다.
뱀의 말을 듣고 뱀을 받아들이고 선악과를 따먹는 죄를 저지른 아담과 하와의 범죄와 닮아있습니다.
하나님이 금하신 것을 자기 생각으로 해버린 것입니다.
바벨론 사자가 보여 달라고 졸랐는지 모르지만 히스기야가 뭐라고 했어야 옳았을까요?
“안 됩니다. 제 것이라면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지만 하나님의 전은 안 됩니다. 하나님이 금하셨습니다. 이방인은 성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성전 뜰만 밟아도 죽이라고 하셨습니다.”

고린도전서 3장 16절은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 하느뇨.’라고 말씀합니다. 히스기야가 내탕고를 열어 바벨론 사자에게 다 보여준 것은 귀한 것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한 죄였던 것입니다. 나의 생명이 되신 하나님을 아무렇게나 이방인에게 내어보여준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너희는 멍에를 같이 하지 말라 하신 불신자, 원수마귀의 자녀에게 나의 귀중한 것을 내어준 것이요, 하나님의 말씀을 우습게 여기고 버린 것이요, 나의 생명을 원수의 손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는 어리석은 짓인 것입니다.

이사야가 전해준 말씀을 듣고 비로소 이 무서운 범죄를 깨달았기 때문에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말씀이 선하시다 하면서 그 앞에 엎드린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뒤늦게라도 그 죄를 깨닫고 뉘우친 히스기야에게 살아생전에는 평안을 허락하시는 은혜를 베푸신 것입니다. 마치 아담과 하와를 불쌍히 여기시어 가죽옷을 지어 입히신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심판의 하나님은 긍휼의 하나님이시며 독생자를 보내신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잠언 4장 23절은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고 말씀합니다. 성전이 된 여러분, 목숨보다 더욱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소망을 붙잡으십시오. 내탕고를 굳게 잠그십시오. 하나님의 말씀, 주님이 우리에게 내어주신 그 생명을 가장 깊은 곳에 간직하고 아무도 캐내어갈 수 없게 단단히 지키십시오. 너무나 많은 유혹과 시험이 우리를 넘어뜨리려 하고, 악한 자가 우는 사자같이 삼킬 자를 찾는 악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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