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그리기

신석환 ㆍ 2014/02/27 ㆍ추천: 0      

목회 생활에 연륜이 더해질수록 말씀을 준비하고 전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전과 달리 각종 매체를 통해 설교가 얼마나 빈번히 유통되는지 설교자인 나 자신도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설교의 텍스트가 성경이다 보니 이 설교가 저 설교 같고 이 말씀이 저 말씀과 같을 때도 적지 않고 예화 역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중복되기 십상이다.

그렇게 설교가 엇비슷하다보니 교회를 성장시키는 수단으로의 설교도 한 물 간듯하고 전통적 설교의 패턴에 인간적 메스를 가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언필칭 설교의 또 다른 해석이라든지 설교의 신출(神出)한 능력자나 귀몰(鬼沒)한 영력의 대가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싸잡아 비난한다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어차피 기독교 진리의 본질이 성령의 역사에 있으니.

그러나 주님은 말세의 현상 중에 하나가 믿음의 내용과는 관계없는 믿음의 형식을 지적하셨고 여기저기서 예수가 나타나고 신비로운 도사들과 요란한 이단사설을 많이 보게 될 거라고 언급하셨다.

한마디로 영적 능력을 가장한 속빈강정들이 판을 친다는 예언이다. 말씀을 중심으로 한 순수한 복음 전파에 식상한 시대적 요청이 이런 증빙할 수 없는 능력을 횡행시키고 있다 하여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지나친 영성의 강조가 빚는 부작용이다. 특히 우리 한국 사람은 다분히 감정적이어서 밋밋한 설교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부흥회 강사도 웃기고 울려야 인기가 있고 간증도 막장 드라마 뺨칠 정도가 아니면 문안도 못 드린다. 그러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진실인지 분간이 안 가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옛날 얘기 중에 재미난 얘기가 있다. 제나라 왕이 유명 화공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그림이 제일 어려운가?” 화공이 대답했다. “인물화도 어렵고 개나 말도 어렵습니다.”  “그러면 무슨 그림이 제일 쉬운가?” 이 질문에 화공이 웃으며 대답했다. “제일 쉬운 그림은 도깨비나 귀신을 그리는 것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모르는 이가 없고 개나 말 역시 사람이 그 구조를 잘 알뿐만 아니라 조석으로 보기 때문에 똑같이 그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귀신은 형체도 없고 뚜렷하게 본 사람도 없으므로 아무렇게나 그려도 사람들은 그것을 따지지 않고 믿습니다.”  

이 말에서 “귀매최이(鬼魅最易)”라는 말이 나왔다. 말씀을 전하는 것은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진리를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보편적이고 평이하다 하여 지나친 조미료를 첨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 나아가 사람을 일시적으로 흥분시키는 “능력”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마땅하다. 양식도 일용할 양식이 구할 축복의 기본이며 요체이기 때문이다.  

부활의새빛교회 신석환목사

출처: USA아멘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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