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쫓겨난 루치펠, 밀튼의 실락원, 귀스타프 도레]

 

 

사탄의 또다른 이름이 루시퍼이다? 아니다? 라는 논쟁이 있다. 아마도 이 논쟁의 가장 큰 원인은 킹제임즈 버전에서 이사야서(14:12)에 나오는 힐렐(계명성/새벽별Morning Star)을 루시퍼로 번역한 때문으로 보인다. 힐렐과 루시퍼의 의미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히브리 성경에 루시퍼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성경이 사탄을 루시퍼라고 확인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블로거의 입장이다. 하지만, 루시퍼를 사탄 또는 사탄적 존재로 그리는 것이 많은 뉴에이지나 영지주의 주장에서 나타난다. 루시퍼가 하나님을 대적하는 신의 상징으로 많은 곳에서 인용되는 존재인 것은 확실한 만큼 이에 대해 조금 살펴 보기로 한다. (참고로 루시퍼가 사탄임을 대중적으로 퍼뜨린 데에는 "타락 전의 사탄의 이름이 루시퍼였다"고 주장한 밀턴의 실락원과 단테의 신곡도 일조를 했다고 한다. 위키백과: 루치펠<<

 

 

 

["어둠 속에 숨겨진 것을 빛으로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루시퍼 매거진; '빛나름이' 루시퍼를 내세운 신지학회지 표지]

 

근현대 뉴에이지 배교의 중추세력 중의 하나인 카발라적 신지학회나 프리메이슨 등의 에소테릭 비밀집단은 그들의 '빛'의 원천인 루시퍼를 옛부터 숭앙해 왔다. 빛나름이light-bearer/light-bringer라는 어원을 가진 루시퍼는 '빛'으로 상징되는 영지주의의 '지혜/지식'(소피아/그노시스)를 사람에게 날라다 주어서 그들에게 깨우침을 주는 존재이다. 그들에게는, 하와에게 선악과를 먹게 유도하여 선악의 지식에 눈을 뜨게 한 사탄이 바로 "빛나름이"였다. 따라서 영지주의에서 루시퍼 또는 사탄은, 성경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인간에게 깨우침을 준 빛의 존재이다.

 

영지주의 빛/불/지식/지혜의 전달자 루시퍼의 전파에 가장 적극적인 단체 중의 하나가 뉴에이지 신지학회이다. 루시퍼매거진(후에 "신지학리뷰"로 개명)을 발행했던 신지학회 설립자 마담 블라바츠키는 루시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루시퍼는 신적 그리고 지상적 빛이다. 동시에 '성령'이자 '사탄'이다... 이제 붉은 불의 용과... '빛나름이' 루시퍼는 우리 속에, 우리 마음 속에 있므여, 우리의 유혹자이자 구속자, 우리의 지적인 해방자이자 구원자임이 드러났다.

 

교회는 인격적인personal 신과 인격적인 마귀를 믿도록 강요하지만, 오컬티즘은 이것이 오류임을 보여준다. (출처<<)

영지주의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들의 신은 별도로 존재하는 객관적이고 인격적인 존재가 아니다. 영지주의자들의 신은, 그들 자신들의 더 높은 자아를 포함하는, 만유내재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지주의에서 루시퍼는, 위의 블라바츠키의 말대로, 영지주의자들 속에서 그들에게 빛(깨달음)을 날라다 주는 어떤 마음(영혼) 속의 비인격적인 에너지적 존재이다. 뉴에이지에서는 이 신적 에너지 존재를 '포스'force라고 부른다.

 [뉴에이지 신 '포스'의 각성을 그리는 영화 스타워즈 7: The Force Awakens]

 

하지만, 애매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루시퍼는 인격적인 천사적 존재로서도 숭배되어 왔다. 이것은 그들 스스로 사상의 모순을 모여주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뉴에이저들에게 루시퍼는 크리스천들의 그리스도(또는 때로는 성령)에 대응하는 존재이기도 하며, 따라서 앞으로 재림할 (적)그리스도적 존재이기도 하다. "인격적인" 신과 마귀를 부인한 블라바츠키도 다른 곳에서는 루시퍼에 대해 다르게 말한다:

 

과거와 현실에서, 루시퍼는 진리의 빛을 관장하는 천사적 존재의 이름이다... 위대한 발렌티누스 복음인 피스티스 소피아에 의하면, 성스런 이름으로부터 발산되는 세개의 힘 중에서 소피아의 힘(성령)은 비너스(금성) 또는 루시퍼에 거한다.

 

창세기의 뱀인 사탄을 영적 인류의 참 창조자이자 은인, 아버지로 보는 것이 지당하다. 여호와가 창조한 로봇automaton의 눈을 뜨게 한 것은 "빛의 전령", 밝게 빛나는 루시퍼였기 떄문이다. (출처<<)

블라바츠키의 후예이자 루시퍼트러스트출판사(후에 "루시스트러스트"로 개명)를 만들어서 유엔의 출판물을 배포해온 앨리스 베일리(참고: UN과 뉴에이지: 앨리스 베일리의 루시스 트러스트 (LUCIS TRUST)<<)는 앞으로 등장할 뉴에이지 그리스도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 바 있다. (참고: "뉴에이지" 그리스도의 재림<<) 못지않게 유명한 뉴에이저이자 유엔 Planetary Initiative 디렉터인 데이비드 스팽글러 역시 앞으로 다가올 "전세계적인 루시퍼 숭배"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루시퍼를 숭배하기로 서약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신세계질서 속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루시퍼 입문을 치르지 않는다면 누구도 뉴에이지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출처: The United Nations and The New World Order<<)

신지학회와 뗄 수 없는 관계인 프리메이슨의 루시퍼 사상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조금 짚고 간다. 존경받는(?) 33도 메이슨 앨버트 파이크는 "빛나름이 루시퍼여! 어둠의 영에 주어진 신비로운 이름이여! 아침의 아들 루시퍼여!"라고 불렀는데, 그가 배운 카발라 철학에 따라 루시퍼는 "흑암의 신이 아니라, 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입문자들에게 이것은, 선을 위해 창조되었지만 악을 위해 쓰일 수도 있는, 사람(인격체)이 아니라 포스Force(힘)"라고 했다고 한다. (출처<< 157 페이지) 하지만, 루시퍼가 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 그도 다른 곳에서 "맞다. 루시퍼는 신이다. 불행하게도 아도나이도 신이다... 빛과 선의 신 루시퍼는 인류를 위해 어둠과 악의 신 아도나이와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을 본다. (출처<<) 만유내재신 사상 속에 감춰놓은 루시퍼의 사탄적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론적으로, 영지주의자/뉴에이저/프리메이슨에게 루시퍼는 영지(소피아)를 나르는 빛이며, 오컬트 마법의 비인격적 힘/에너지이며, 또한 동시에 그들의 경배의 대상이 되는 (하나님을 대적하는) 인격적 신이다. 따라서 위 제목이 가진 질문에 대한 블로거의 답변은 "모두both"이다.

 

 [양성(자웅)동체적 바포멧에서 보이는 '빛나름이' 루시퍼의 상징인 '횃불' (참고: "불"을 나른 프로메테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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