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글리제 581g와 비소박테리아 소동

2010년 9월 30일,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태양계로부터 약 20광년 떨어진 천칭자리의 적색왜성 글리제 581 주위에서 발견된 행성 글리제 581g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매우 적합한 거리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천체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면서 “생명체 사는 지구 닮은 '골디락스' 행성 발견!!!” 느낌표를 세 개씩이나 붙인 제목을 달아 마치 그 행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굉장한 사실을 발견하였다는 것처럼 보도하였다.

글리제 581은 지름이 10만 광년이나 되는 우리 은하계 안에서 20 광년 거리에 있는, 태양으로부터 87번째 가까운 이웃별 항성이다. 그런데 적색왜성이라면 지금 한창 활동 중인 태양과는 달리 거의 수명이 다 해가는 늙은 항성이라는 이야기다.

그 주위를 돌고 있는 글리제 581g는 지구보다 서너 배 큰 별이라고 하는데 그 공전위치가 항성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위치, 즉 ‘골디락스’에 위치하고 있어 평균기온이 영하 12~37도 정도라는 것이다. 이 별은 자전을 하지 않고 달처럼 한쪽만 항성을 향한 채 37일 주기로 글리제 581을 공전하고 있어 한 쪽은 뜨겁고 한 쪽은 얼어붙어 있는데 빛과 어두움의 그 경계지역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두 달 쯤 지난 2010년 12월 2일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캘리포니아 모노 호수에서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해 생육 가능한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생명체의 6대 필수 원소는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인데,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하여 대사를 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인 대신 비소라는 독극물을 생명체가 원소로 사용한다면 지구와 조성분이 다른 천체에서 전혀 다른 원소를 사용하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며칠 뒤 NASA의 발표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한 주일 뒤 12월 9일자 네이처지(紙)는 NASA가 문제의 박테리아의 유전자의 생체분자의 구조를 질량분석기 같은 장비로 분석하여 밝히지 않고 박테리아 전체에서 비소성분이 인 보다 많이 검출된 것만으로 마치 박테리아가 비소를 사용하여 생육하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지적하였다.

쉽게 말하면 문제의 ‘비소 박테리아’는 효율적인 비소 격리능력을 갖추어서 독극물인 비소가 많은 열악한 환경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박테리아이지 생체분자를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하는 박테리아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결국 ‘비소 박테리아’는 NASA의 낚시에 에 의한 한 바탕 소동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언론의 보도행태는 선정과 ‘아니면 말고’식이다.

과연 외계생명체는 존재할까? 1960년대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는 이른 바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을 창안하였다. 드레이크 방정식이란 태양과 같은 항성이 그 거느린 혹성 중에 지구와 같은 별이 있을 가능성, 그러한 지구 같은 별에서 실재로 생명체가 생겨나고 존재할 가능성, 그 생명체가 진화하여 인류문명과 같은 문명을 이루었을 가능성, 수백억년이라는 세월을 두고 그 문명이 발달하였으면서 현재 멸망하지 않고 존재할 가능성, 은하계 속에 태양과 같은 별의 수, 우주 속에 있는 은하계와 같은 성운의 수, 이런 확률들을 곱하여 결국 그러한 문명체가 우주전체에 얼마나 있을 수 있겠는가를 계산하는 방정식이다.

그리고 이 드레이크 방정식으로, 예를 들면, 우리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2,000 억 개에 달하므로 그 중 적어도 200억 개의 항성은 지구와 비슷한 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 200억 개의 혹성 중 1%만 잡아도 2억 개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 중 1%인 200만 개 정도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고, 그 중 1%인 2만 개 정도에는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가 있을 수 있고, 그 중 1%인 200 개 정도는 우리와 비슷한 문명수준을 갖추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식으로 우주공간에는 1,000 억 개의 은하들이 있으므로 아무리 적게 잡아도 우주공간에 외계인이 살고 지구인과 교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수 있는 별이 적어도 수 백 개, 수 천 개는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과연 외계인은 있을까? 우주공간 어디에 외계인이 있어 인간이 쏘아보낸 파이어니어 우주선의 겉에 그려진 나체 인간의 그림을 알아보고 보이저 우주선에 실려진 황금 광디스크를 거두어서 컴퓨터에 넣어 재생시켜서 인간의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을까?

외계생명체는 혹 존재할지도 모른다. 드넓은 우주공간이 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황무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합리적인 생각이라 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지구와 비슷한 별은 있을지 몰라도 지구와 같은 별은 어디에도 없다. 지구와 같은 공기를 가지고 자기장과 오존층으로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자외선, 방사선을 99%나 막아주는 지구와 같은 기가 막힌 별 말이다.

지구와 같은 크기, 지구와 같은 조성분, 지구와 같은 크기의 중력, 지구와 같은 자전속도, 지구와 같은 양의 물, 바다의 소금의 비율...... 이런 것들을 기가 막히게 맞추고 생명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는 별은 우연으로는 절대 탄생할 수는 없다. 산소와 탄산가스, 질소의 양이 조금만 달라도 생명체의 모습은 전혀 달라질 것이고, 바다에 섞인 소금의 함량이 조금만 달랐더라도 지구는 수증기 탕이 되거나 사막이 되거나 전혀 다른 별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광년 거리의 글리제 581g가 지구보다 서너 배 큰 별이라면 이미 지구와 같은 조건이 되기는 애시당초 틀린 별이다. 인간은 고도 2천 미터 3천 미터만 올라가도 고산증세를 느낀다. 지구의 서너 배 되는 중력조건이나 고압의 기상조건에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조금만 생활여건이나 자연조건이 틀려져도 몸에서는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아픈 곳이 생겨난다. 글리제 581g가 지구와 비슷한 별인지 20광년이나 떨어진 지구에서 관측만으로 알아낼 수도 없다. 지구와 같이 질소와 산소를 알맞게 혼합한 공기를 가졌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설사 글리제 581g에 공기가 있고 물이 있다 하여도 물의 끓는 온도가 다르고 어는 온도가 달라질 것이며 대기의 조건도 전혀 틀려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20광년의 거리는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날아간다 해도 수 십 만 년, 수 백만 년이 걸리는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범위의 밖이다.  

태양과 같이 부드럽게 생명을 키워줄 수 있는 항성도 드물다. 만일 항성이 태양보다 조금만 더 크면 수소핵융합반응 속도가 빨라져서 화르르 타버리듯 단기간에 폭발하고 말 것이고, 조금만 더 작으면 시들시들 쓸모없는 태양이 될 것이다.

태양이 사방으로 불어 보내는 부드러운 플라즈마 태양풍도 매우 중요하다. 태양풍은 태양으로부터 불어나와 지구를 비롯한 혹성들을 부드럽게 품어 안는다. 태양풍은 은하계 중심부로부터 날아오는 고에너지입자들과 살인광선으로부터 혹성들을 보호한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혹성들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태양풍을 헤치면서 태양을 돌고 있는 셈이다. 이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으로 인하여 남북극에서 아름다운 오로라(극광) 쇼를 연출한다. 이렇게 생명을 품안에 끌어안는 우리의 태양 같은 항성도 우연히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은하계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도 중요하다. 만일 우리 태양계가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더 가까웠더라면 태양풍이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날아오는 위험한 광선이나 입자들로부터 우리를 온전히 보호할 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은하계에도 태양과 같은 항성이 2,000 억 개나 되고 우주공간에는 은하계와 같은 갤럭시(Galaxy)가 1,000 억 개 이상이 되므로 지구를 닮은 별이 적어도 수 십 조(兆) 개가 있을 수 있고 드레이크 방정식이 맞다면 지구와 같은 별이 있을 수도 있고 외계생명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과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한 지구는 절대로 우연히 생겨날 수 없는 우주공간의 유일한 혹성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아무튼 2,000억 개의 항성을 가진 은하계, 1,000억개를 헤아리는 갤럭시들이 가득한 우주공간 어딘가에 지구와 매우 비슷한 별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우주공간 어디엔가 지구와 같은 별이 있다 해도 생명의 존재는 별개의 문제이다.
생명체는 저절로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기물질 가운데서 유기물질이 생겨날 수도 없고 유기물질이 있다 해도 DNA가 생겨나고 생명체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과학자들은 외계생명체를 찾아 우주공간을 기웃거린다.
화성에 열심히 탐사선을 보낸다.
머나먼 토성의 위성, 얼어붙은 타이탄에도 우주선을 보낸다.
열심히 그 곳의 흙을 파고 물을 찾고 샘플을 분석한다.
생명의 흔적이라도 찾아내려고 애를 쓴다.

그들이 외계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애써 찾는 것은 순수한 과학탐구가 아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다른 지구를 찾아 이주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외계생명체를 찾아 진화를 입증하고 하나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자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저희를 비웃으시리로다.”

'이응한 목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 지구의 멸망?  (4) 2011.09.05
24. 외계인은 없다  (29) 2011.08.30
22. 조무래기 별, 태양  (0) 2011.08.24
21. 광속 우주 여행  (14) 2011.08.15
20. 물질의 근원을 찾아라  (2) 2011.08.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