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인간 탄생의 신비

오늘은 유전자(DNA)가 얼마나 신비스러운 것인지 생각해 보자.
인체는 약 60조(兆)의 세포를 가지고 있다.
손가락 끄트머리, 1 입방센티미터 크기에 약 10억 개의 세포가 들어있다.
세포 한 개의 크기는 그 지름이 1,000 분의 1 밀리미터 정도이다.
뼈, 근육, 피부, 장기, 치아, 피, 머리카락......, 모든 것이 그 작은 세포(細胞, Cell)들이다.

인체의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 분열됨으로부터 시작한다.
아버지에게서 사출된 정자세포는 크기가 아주 작다. 인체세포 한 개의 싸이즈에 불과하다.
한 번 사정할 때 나오는 정자의 수는 수 억에 달한다.
아버지에게서 사출된 그 작은 수억의 정자세포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어머니의 난자를 향하여 헤엄쳐 간다.

인체에서 가장 큰 세포는 난자세포이다. 그 크기가 약 10분의 1 밀리미터나 되어서 맨눈으로도 보인다. 정자의 크기에 비하면 십만 배 정도나 된다.
정자들이 난자를 향해 헤엄쳐가는 모습은, 좀 과장하면, 스타워즈 영화에서 작은 전투비행선이 거대한 모선에 들어가려는 것과 비슷하다.
그 중 한 개의 정자만이 난자에 들어가 수정된다.
난자세포는 가장 먼저 도착한 정자세포를 받아들인 다음 그 표면을 딱딱하게 굳혀 닫아버린다.
그런데 두 개의 정자가 정확히 동시에 도착하면 일란성 쌍둥이가 된다. 만일 어머니에게서 두 개의 난자가 나왔다면 이번엔 이란성 쌍둥이가 태어나게 된다.

정자를 받아들여 수정된 난자세포는 분열을 시작하게 된다. 둘, 넷, 여덟, 열여섯.......
수정된 난자는 어머니의 태반에서 자라나며 머리가 생기고 팔다리가 생기고 핏줄이 생기고 장기(臟器)가 생겨 태아의 모습을 갖춰가게 된다.
이 모든 것이 DNA에 입력된 유전정보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인간의 세포핵 속에 간직된 유전정보는 약 30억 개의 핵산, 아미노산 알갱이에 입력되어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태아는 아버지로부터 15억 개, 어머니로부터 15억 개의 유전인자를 무작위로 물려받는다. 이렇게 무작위로 추출된 30억 개의 유전자 알갱이로 DNA가 형성되기 때문에, 15억 개와 15억 개가 만들어내는 경우수를 생각해보라, 인류가 아무리 많이 태어난다 해도 똑같은 유전자를 가질 확률은 없다. 똑같은 인간은 태어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정자를 받아들인 난자로부터 시작되는 세포분열은 모든 세포마다 똑같이 복제되어 분열되어간다. 분열되는 모든 세포가 똑같은 유전자를 나누어 받아 공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태아가 자라가면서 어떤 세포는 머리가 되고 어떤 세포는 몸통, 팔다리가 되고, 뼈가 되고 장기가 되고 피가 되는 모든 역할분담을 알아서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머리가 되고 팔다리가 될 유전자정보를 미리 가지고 있다가 그 세포가 되는 게 아니라, 다들 똑같은 세포들인데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각자 알아서 머리가 되고 팔다리가 되고 뼈가 되고 근육이 된다는 말이다.

세포들에게 어느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일도 없다.
중앙지휘통제소도 없다.
어느 한 세포가 DNA 사령관 역할을 하는 일도 없다.
어머니가 태아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되어라, 지휘, 통솔, 감독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태아의 모든 세포들이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따라 인체의 모든 다른 부분으로 임무를 부여받고 이행하는 세포들의 민주적 전체주의체제(民主的 全體主義體制?)는 도무지 설명될 수 없는 신비이다.

태아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탯줄을 통해 어머니의 영양분을 공급받지만 어머니의 피가 섞이지 않는 독립적 개체이다.
어머니의 자궁은 물로 채워져 있으며, 물속의 아기는 태어날 때까지 숨도 쉬지 않는 수중동물로 있다가 태어난 다음에야 ‘으앙’ 울음을 터뜨리며 코로 호흡을 하는 육상동물로 바뀐다.
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또한 태어난 다음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사춘기가 되고 목소리가 변하고 수염이 나고, 생리를 시작하는 시기도, 호르몬이 나오고 면역체가 생기는 일평생의 생명활동도 모두 DNA에 입력된 유전정보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그 수많은 작은 핵산, 아미노산 단백질 알갱이들에 입력되는 유전정보, 그 조합과 순열에 따라 나타날 신묘막측한 유전정보의 변화무쌍한 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누가 그러한 일생의 설계도를 그 유전정보를 거기에다 입력해 두었단 말인가?
이것이 진화를 시작한 아메바의 지혜란 말인가?
우연히 비춰진 햇빛에 무기물질이 광합성을 일으켜 유기물질이 만들어지고, 우연히 합쳐진 200여 종류의 핵산, 아미노산 알갱이들이 그런 정보들을 만들어내었단 말인가?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경이롭고 신비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거목이나 아름다운 작은 꽃송이나 곰팡이까지, 고래, 코끼리 같이 거대한 동물부터 작은 곤충이나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생명체의 그 섬세함과 오묘함은 놀라울 뿐이다. 이런 놀라운 생명세계가 모두 DNA에 의하여 대를 이어 이어져가고 있다.
이것이 진화의 산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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