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와 WEA 등 공동 문서 발표, '개종전도 반대 입장' 고수
[2884호] 2013년 01월 21일 (월) 09:25:13 [조회수 : 1074]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세계 기독교, "선교지의 신앙인들을 개종시키려는 행위, 기독교 분열의 주범이다" 공감대

WCC 10차 총회의 성공을 위해 에큐메니칼권과 한기총을 위시한 보수권이 화합하기 위해 발표한 선언문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일파만파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선언 중 '개종 전도 금지주의 반대' 조항이 우리나라 에큐메니칼권을 비롯해서 전 세계 주류 기독교계가 이미 오랜 세월 공감대를 형성해 온 선교에 대한 공동의 합의 정신까지 흔들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이 조항의 내용 중 "종교를 막론하고 복음 증거의 사명을 감당하겠다"면서 정교회와 가톨릭 등 이미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이들까지도 개종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점이 갈등의 소지가 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교회들이 이미 여러 협약과 선언, 문서 등을 통해 확인한 선교에 대한 개념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라는 점이 이번 파장의 핵심이다.

핫 이슈로 떠오른 '개종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들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한국교회에 오랫동안 확산되어 온 선교에 대한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교회는 선교와 개종, 회심의 의미를 크게 구별하지 않고 사용해 왔다. 이에 반해 세계교회는 이들 개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주류 기독교회들은 개종(Proselytism)에 대해 강제적인 의미가 전제된 식민지적 선교의 전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개종은 정당한 절차를 통한 건강한 복음전파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칭하는 개념인 셈이다. 이에 대한 공감대는 비단 WCC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WEA와 로마교황청, 정교회 세계총대주교청 등이 함께 공감하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기도 하다.

이미 1997년 WCC는 'Towards common witness'라는 문서를 통해 "가톨릭과 정교회를 비롯해 이미 개신교 신앙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개종의 문제가 교회들을 분열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고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는 일"이라고 경계한 바 있다. 당시 문서에서는 '자기 교회'만 진정한 교회이고 구원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미 기독교 신앙이 있는 이들을 재세례하는 행위를 비롯해서 기존 교인을 물질과 교육의 기회 등을 제공하며 유인하는 행위들이 개종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개종 문제에 대한 WCC와 세계교회들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WCC와 WEA, 로마교황청은 '전 세계 다종교 속에서의 기독교인의 증언(Christian Witness in a Multi-Religious World)이라는 제목의 선교선언을 공동으로 발표하며, 건강한 복음전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선교선언을 통해 WCC와 WEA, 로마교황청은 "기독교인들은 누군가의 종교를 바꾸는 것이 적절한 반응과 준비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동반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반드시 개인의 완벽한 자유의지 속에서 진행되어져야 하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말은 결국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할 때는 선교 대상자의 완전한 자유의지 속에서 긴 시간 면밀히 준비한 끝에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선교 대상자가 가진 종교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원치 않는 복음전파를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WCC를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칼권과 WEA와 같은 복음주의권 등이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인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부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독교의 증언을 올바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2년 9월 WCC 중앙위원회가 통과시키고 WCC 10차 총회에서 발표될 예정인 WCC의 새로운 선교성명에서는 "전도는 담대하지만 겸손하게 우리의 신앙과 확신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고, 그러한 나눔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자비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선물"이라며, 복음전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전 세계 교회들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공동의 선교선언을 통해 강제적이면서 폭력적인 개종전도를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WCC 총회를 불과 10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선교에 대한 세계교회들의 합의의 근간을 흔드는 선언문이 발표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장신대 한국일교수(선교학)는 "이 같은 선언은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교회로 알려질 것이고 WCC의 회원교회인 정교회의 오해를 야기하고 갈등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선언을 통해 개종에 대한 논의가 한국교회에 확산되고 선교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통해 선교의 성숙이 자리잡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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