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쟁이

 [열왕기하 25:16-17]
또 솔로몬이 여호와의 전을 위하여 만든 두 기둥과 한 바다와 받침들을 취하였는데 이 모든 기구의 놋 중수를 헤아릴 수 없었으니
그 한 기둥은 고가 십 팔 규빗이요 그 꼭대기에 놋머리가 있어 고가 삼 규빗이요 그 머리에 둘린 그물과 석류가 다 놋이라 다른 기둥의 장식과 그물도 이와 같았더라



바벨론이 예루살렘 성전을 불태우고 빼앗아간 금은 그릇들과 놋은 실로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에스라 1장 7절부터를 보면 예루살렘으로 귀환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고레스 왕이 느부갓네살이 약탈하였던 성전기명들을 되돌려 주었는데 금쟁반 30, 은쟁반 1,000, 금대접 30, 은대접 410, 기타 기명 1,000, 도합 5,400 개나 되었습니다. 여기에 놋기구들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고레스 왕이 놋기구까지 되돌려주었더라면 운반할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또 그 옛날 느부갓네살의 군대가 놋기구들은 깨뜨려서 가지고 갔으니 그 놋들은 무기나 그릇이나 또 여러 다른 용도로 쓰여 흩어지고 없어져 버렸겠지요.

느부사라단이 깨뜨려서 바벨론으로 가져간 놋의 중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지름 4규빗(약 2미터), 높이 18규빗(약 8.5미터)이나 되는 거대한 두 놋기둥과 그 위에 얹힌 머리, 지름 10규빗(약 4.5 미터)에 높이 5규빗(약 2.4 미터), 두께 10센티미터의 거대한 놋바다와 그 놋바다를 떠받치고 있는 놋으로 만든 10 마리의 소, 너무 크기가 커서 깨뜨려서 옮겨갔다고 하는데, 그 많은 놋기구들은 오늘날 크레인을 동원하고 대형트럭들이나 기차로 수송한다고 해도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바벨론 군대가 물건만 빼앗아 가져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목숨도 무자비하게 가져갔습니다. 다 죽이고 사로잡아가고 빈천한 자만 남겨놓고 포도원을 갈도록 했습니다. 시드기야왕은 도망치려다가 잡혀 아들들이 눈앞에서 참살당하고 시드기야 자신은 두 눈이 뽑힌 채 결박되어 끌려갔습니다. 느부사라단이 예루살렘에서 잡은 대제사장과 전 문지기와 내시와 시종들 60명을 바벨론 왕에게 끌어가자 바벨론왕은 이들을 남김없이 다 쳐 죽였습니다. 자비도, 긍휼도, 인정사정도 없는 잔혹하고 처참한 멸망이었습니다. 심판의 마지막날도 이러하겠지요.

하나님이 택하신 백성이 왜 이렇게 참혹한 멸망을 맞이해야 했을까요? 그것은 불순종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순종입니다. 순종이 제사 보다 낫습니다. 사울이 버림당한 것은 불순종 때문이었고 다윗이 세움 받은 것은 순종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유다가 멸망하는 최후순간까지, 마지막까지 순종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멍에를 지워 예레미야를 보내어 바벨론에게 항복하고 섬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종하면 바벨론이 빼앗아간 성전기명들이 곧 돌아올 것이며 예루살렘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드기야왕에게 바벨론을 섬기고 배반하지 말라고 권하였습니다. 불순종하면 처참한 마지막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하나님은 끝까지 순종하기를 요구하셨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끝까지 불순종하였습니다. 하나냐가 예레미야의 멍에를 부수었고 시드기야는 듣지 않았으며 왕족 느다니야의 아들 이스마엘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바벨론을 섬기자 하던 그달리야를 쳐 죽이고 애굽으로 도망하였습니다. 끝까지, 그야말로 끝까지 불순종하였던 것입니다. 이리하여 유다는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기회까지 잃어버리고 예루살렘은 철저히 파괴되고 황무하여 안식년을 누림같이 70년을 지나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불순종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계획과 구속사까지 중단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인간은 철저히 불순종하였어도 하나님은 ‘여호와의 열심’으로 구속사를 이루어가셨습니다. 바벨론에 끌려간 여호야긴 왕을 37년만에 끌어내어 회복시키셨고 바벨론에서 스알디엘을 낳게 하심으로 메시아의 계보를 이어가게 하셨습니다(마태복음 1장 12절 참조). 유다의 남은 자들을 귀환시키시어 예루살렘을 재건케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400년의 암흑기, 아무런 소망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때에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심으로 다윗의 위를 영원히 지키시리라 하신 약속과 그 뜻을 이루셨습니다. 끝까지 불순종한 인간들을 끝까지 ‘여호와의 열심’으로 구원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는 인간의 불순종이라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불순종하던 나까지도 기어히 구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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