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8장 시작부분을 보면 솔로몬이 여호와의 전을 완성하고 언약궤를 모셔올 때 여호와 앞에 소와 양으로 드린 제사가 너무 많아 헤아릴 수도 없고 기록할 수도 없었다고 되어 있는데, 8장 끝부분을 보면 하나님께 화목제를 드릴 때는 소가 이만 이천이요 양이 십이 만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두 차례의 제사에 드려진 소와 양의 수가 모두 얼마나 되는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번제는 전부를 태워드리지만 화목제는 기름을 태우고 나머지는 드린 자와 제사장이 함께 나누어먹습니다. 칠일, 칠일, 모두 십사일 동안 절기로 지켰다고 되어 있습니다. 성전낙성식을 하고 십사일 동안 실로 어마어마한 수의 짐승이 제사로 드려지고 이스라엘 백성 전부가 화목제물을 나누어 먹으며 하나님 앞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올림픽을 하던 1988년에 故정주영씨가 북한에 끌고 들어간 소가 1,001 마리라고 하는데, 백성들이 드린 이만 이천 마리의 소와 십이만 마리의 양을 오늘날 식량부족으로 허덕이는 북한사람들이 본다면 아마 눈이 뒤집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9장에 들어가면 여호와께서 전에 기브온에 나타나셨던 것처럼 다시 솔로몬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만일 네 아비 다윗의 행함같이 마음을 온전히 하고 바르게 하여 내 앞에서 행하며(걸으며=walk) 내가 네게 명한대로 온갖 것을 순종하여 나의 법도와 율례를 지키면...... 나라가 영원하고 왕위가 영원히 견고하리라.” 웅장하고 화려한 성전을 지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내 앞에서 행하며”의 원래 뜻이 “내 앞에서 걸으며”라는 점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말 성경은 ‘행위(doing)’나 ‘걷는 것(walking)'을 모두 “행(行)”으로 쓰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어떤 선한 행위를 요구하신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그게 아닙니다. 창세기 17장 1절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에서도 ‘행’은 doing(행함)이 아니라 walking(걸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힘 드는 노동과 수고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걷는 것입니다.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다시 솔로몬에게 “만일 노와 네 자손이 아주 돌이켜 나를 좇지 아니하고 계명과 법도를 지키지 아니하고 가서 다른 신을 섬겨 숭배하면 끊어버릴 것이요, 이 전이라도 던져버릴 것이라.”고 엄히 경계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솔로몬과 그 후대는 ‘하나님 앞에서 걷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떠나 옆길로 빠져 행하였고 우상을 섬겼고 하나님을 불순종하여 그 노를 격발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나라는 쪼개어지고 결국은 망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을 화려하게 건축하고 법궤를 모셔 들인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하나님 앞에서 걷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는 우상을 섬기며 악을 행하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고 악행을 하면서 성전에 와서 ‘여호와의 전이라, 여호와의 전이라.’ 하는 거짓말에 속지 말라.”고 절규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눈을 벗어나 옆길로 빠지고 어둠 속을 걸으며 더럽고 악한 일을 행하고 우상을 좇다가 여호와의 전에 와서 뻔뻔스럽게 제사를 드린다면, 더러운 헌금을 드리며 이걸 받으시라고 한다면 이는 하나님을 조폭두목, 우상두목으로 만드는 것이고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것일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러한 제사를 받으실 리 없고 그러한 성전에 계실 리 없을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은 성전을 허물고 예루살렘을 폐허 되게 하셨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 번 예수님을 영접한다고 다 끝나는 게 아닐 것입니다. 주님과 동행하며 주님만을 섬기며 주님의 계명을 사랑하며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빛 가운데 걸어야 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그 때의 타락한 이스라엘 백성이 그랬던 것처럼 예수님을 버리고 떠나 다른 것을 섬기며 악한 행실로 산다면 주님은 슬퍼하며 우리를 떠나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3장 16-7절은 우리 몸이 성전인 것과 성령이 우리 안에 거하시며 만일 우리가 거룩하게 살지 못 하고 성전을 더럽히면 멸하실 것이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늘 말씀을 보면서 하나님의 택하신 백성으로 부름 받은 자의 삶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거룩한 성도의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항상 빛 가운데로, 하나님 앞에서 걸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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