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연구원 주최로 'WCC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토론회가 10월 8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렸다. 그러나 WCC 찬성 패널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가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토론회가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2013년 부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를 앞두고 WCC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WCC를 지지하는 교단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외치지만, 반대 교단은 개최 금지에 힘을 쏟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0월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독교사상연구원(최덕성 원장) 주최로 WCC 토론회가 열렸다. 찬성과 반대 측 학자가 토론자로 나서 논쟁을 벌일 것을 기대해 청중 70여 명이 모였다. 하지만 찬성 측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이형기 장신대 명예교수가 불참하면서 토론회는 반대 측의 일방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는 성토장으로 전락했다.

이 교수는 이틀 전 주최 측에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교단 내 관계자들이 여러 정보에 근거하여 포럼에 나서지 말라 했다"며 불참 이유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원균 목사(개혁신학포럼 학술위원)가 이 교수의 'WCC에 대한 신학적 이해와 오해'라는 발제문을 대독했다. 반대 측 토론자로 최덕성 원장이 나서 'WCC 따라가면 교회가 죽는다'라는 발제문을 발표했다. 이 교수가 불참한 탓에,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토론회는 최 원장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WCC에 대한 최 원장의 반대 입장은 확고했다. 그는 "WCC에 속한 영국·독일·미국·캐나다·네덜란드·호주 등에 있는 교회들이 사실상 죽었다"면서 한국교회도 다른 나라 교회처럼 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토론회는 종교다원주의·교회론·성령론·선교론 등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종교다원주의가 토론회의 중심 주제였다. 이 교수는 발제문에서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WCC는 타 종교와 대화에서 복음과 성경, 삼위일체론, 교회의 본질, 하나님의 선교 등 기독교의 본질과 교회의 정체성을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교의 다원성은 인정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의 정체성과 본질을 확고하게 붙잡고 특히 도덕과 사회 윤리 차원에서 타 종교들과 대화하고 연대하려 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WCC 홈페이지에 있는 문헌을 살펴본바 WCC는 복음 전도를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 통행으로 규정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타 종교도 진리일 수 있기에 쌍방 통행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예수만이 구원(한다는 신앙)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넘어선 구원이 다른 종교에도 있다면 굳이 기독교를 믿을 필요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최 원장은 "WCC는 하나님의 구원이 특정 문화·종교·인종·지역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기독교 신앙관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바탕으로 기독교 구원만이 전부가 아니며, 타 종교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구원받을 수 있다는 식의 신앙무차별주의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토론회가 끝날 즈음, 최 원장은 과격한 비유를 들며 WCC를 찬성하는 교단들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한국교회 내 5%도 안 되는 목회자들이 WCC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신앙무차별주의를 조장하고, 종교다원주의를 주창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에이즈 환자와) 동침 자체는 쾌락을 주지만 곧 죽음을 맞이하는데, WCC에 가담한 목회자와 교단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WCC에 속한 영국·독일·미국·캐나다·네덜란드·호주에 있는 교회들이 사실상 죽었다"면서 한국교회도 다른 나라 교회처럼 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는 10여 명의 취재진을 비롯해 70여 명의 청중들이 참석했다. WCC에 대한 뜨거운 토론을 기대했던 참석자들은 이형기 명예교수의 불참 소식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