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이단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최근 이단 공인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WEA총회 개최를 빌미로 이단 논란이 된 관계자가 교계로 진입하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지난 9월 한기총 관계자들이 WEA본부를 방문한 모습) 

한기총 정관, 이단은 회원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락방 가입
한기총은 전통적으로 독자적인 이단 조사는 자제하는 한편, 국내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정죄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교단들의 결의를 존중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었다.
 
한기총 정관에도 “이단은 한기총 회원이 될 수 없도록” 못 박고 있으며, 회원신청이 들어오면 반드시 이단대책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를 밟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한기총의 행태는 이런 절차는 무시하고 있으며, 기형적인 운영으로 이단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이단영입에 대해 납득이 안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한기총의 모습은 지난 9월 22일 다락방+개혁에 대해 한기총 회원 자격을 인준하고 ‘회원교단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대표된다. 이러한 납득할 수 없는 처사가 교계에 알려지자 예장합동, 통합 등 11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은 10월 5일 “다락방을 영입한 개혁측의 회원자격을 원천 무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신학대학 교수들 87명도 10월 14일과 24일 두차례 성명을 내고 “다락방+개혁을 받아들인 한기총의 결정으로 앞으로 어떤 이단 혹은 사이비 집단이 한기총 회원권이 있는 교단을 통해 한기총에 가입하는 길을 막을 수 없게 됐다”면서 “한기총 가입을 원천 무효화시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현재까지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으며 이 문제를 다만 질서확립대책위원회에 맡겨 처리한다고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질서확립위원회는 최근 한차례 모임을 가졌으나 이후 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해결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기총 이단대처 이상기류 감지
한기총이 이단들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틈을 이용해 한기총을 이용해 신분세탁을 노리는 이단들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이광선 대표회장 당시인 2010년 말부터 한기총에는 이상한 기류가 감지됐다.
 
지난해 10월 22일 열렸던 한기총 임원회에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위원장:고창곤 목사)의 보고 안건이 올라왔다. 예장통합과 예장합신이 통일교 핵심인물이었다는 이유로 “예의주시 및 경계”(통합 94회 총회), 또는 “극히 경계 및 교류 금지”(합신 94회 총회)를 총회적으로 결정했던 모 인물을 조사결과 ‘이단성이 전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보고였다. 
 
한기총 임원회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보고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강하게 보였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자 예장고신(총회장:윤현주 목사)은 지난해 11월 24일 한기총 앞으로 ‘이단 해제 시도에 대한 유감표명‘ 공문을 발송했다.
 
예장통합, 고신, 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들은 11월 28일 한기총을 직접 방문해 “이단으로 결정한 교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합기관이 이단해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고 서한을 전달했다. 예장백석(총회장:노문길 목사)도 교단의 입장을 11월 19일자로 한기총에 제출하면서 한기총의 처사를 성토했다.  
 
그러나 한기총 임원회는 이러한 회원교단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12월 17일 다시 임원회를 열어 통일교 핵심인사 출신으로 재림주 의혹을 받고 수차례 이단성 조사논란에 휩싸인 통일교 출신의 A인사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는 결론을 전격적으로 내렸다.
 
이에 대해 예장고신, 백석, 합동, 합신, 통합 등 5개 교단 총회장들은 12월 20일 예장백석총회회관에서 ‘한기총 이단 해제 규탄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기총이 회원 교단들이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인사들에게 혐의 없음을 결정한 것은 한국교회를 큰 혼란에 빠뜨리는 과오를 범한 것이며 이단들을 옹호하고 돕는 일”이라고 한기총의 결정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WEA 유치 명목으로 이단시비 인사와 접촉
한기총의 이단 해제 결정은 결국 12월 21일 열렸던 실행위원회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다뤄졌으며 총대들은 이단 해제 철회를 결정하고 이러한 보고를 임원회에 올린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해체시키기까지 했다. 또 현 길자연 대표회장은 이단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긋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길자연 홍재철 이광선 박중선 목사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A) 대표와 만난 자리에 이대위에서 거론됐던 문제의 인사가 동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기총 관계자는 “이 인물이 WEA 북미이사여서 반드시 참여해야 했다”고 변호했지만, 교계에서는 “WEA 총회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이단성 시비가 해결되지 않은 특정인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WEA 준비 명목으로 이 인사가 속한 교단 관계자 2명이 한기총 실무자로파송됐다.
한기총 한 임원은 “지난해까지 한기총이 이단 여부를 조사했고, 아직 주의 경계를 풀지 않은 회원교단이 있는 상황에서 A목사가 소속된 교단 인사를 한기총 실무자로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의 유예기간도 없이 한기총에 진입하고, 심지어 실무를 이유로 한기총 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교단은 한기총에 교회 수를 허위 보고한 전력이 있으며, 현재 교회 수도 47개에 불과하다
 
다락방전도총회 한기총 통해 신분세탁 배경
한기총이 이단에 대해 또다시 이상한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6월 21일 다락방(류광수 측) 전도총회를 예장개혁(조경삼 목사측)이 영입해 합동예배를 드렸을 때였다. 예장개혁은 1200여 교회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가운데 150여 교회가 다락방 영입에 찬성해 교단이 분열된 상태였다.
조경삼 목사측은 다락방이 그룹 해체를 선언하고 노회별로 예장개혁에 가입했다고 하지만 현재 2100교회로 알려진 다락방+개혁의 교세를 감안할 때 다락방이 개혁에 흡수된 것이 아니라 개혁이 다락방에 명의를 빌려준 형국이었다. 동시에 다락방 영입에 반대했던 장세일 목사측은 다락방 연루자들에 대해 목사직 제명 및 총회원 자격 박탈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다락방+개혁교단의 탄생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기총 역시 지난 6월 실사위원회(위원장:정인도 목사)를 열고 “양측에 문서발급을 중지한다”는 결정을 열고 양 교단이 사고 상태임을 시인한 바 있었다. 그러나 한기총 공동회장인 홍재철 목사가 다락방+개혁 합동예배에 참석해 예정에 없던 축사를 해 이단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 할 한기총이 다락방+개혁에 손을 들어준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홍 목사는 이후 “축사를 한 것은 맞지만 다락방이 관련됐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다락방은 역사상 가장 많은 국내 교단(9개)들이 ‘이단’ 또는 ‘이단성 있음’이라는 판정을 총회적으로 내린 대표적 이단임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의 대표적 직책을 가진 인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교계에서는 지난 1월 21일 한기총 총회에서 이광선 대표회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퇴장한 후 조경대 목사(예장개혁 증경총회장)가 임시의장을 맡아 길자연 대표회장을 옹립하는데 앞장선 데 대한 보답 차원의 행보였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11개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들과 신학대학 교수들 87명의 “다락방 영입 교단 한기총 가입 무효화하라”는 소리를 외면하고 한기총이 이단영입에 대한 불분명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한다면 더 이상의 연합은 의미가 없는 일로 연합운동에 적신호가 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복음적인 교단들을 중심으로 보다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최삼경 목사는 “한기총은 전통적으로 이단에 대한 교단 결의를 존중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기총의 행보는 교단이 규정한 이단에 면죄부를 주는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오히려 이제는 한기총이 이단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이단 전문가는 “교단을 세탁하는 방식이라면 이제는 신천지 등 다른 이단으로부터 한기총이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나마 한기총의 순기능으로 꼽혔던 이단 대응마저 무너진 이상 한기총을 한국 교회 대표적 연합기관으로 보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기총은 지난 9월 임시총회에 이어 10월 실행위원회에서도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를 상임위원회 명단에서 누락시켰으며, 40여개의 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된 상황에서도 이대위 구성만은 미루고 있다. 

기독교언론 <공동취재단>